



· 한국 역사수정주의의 계보와 교육 현장의 과제 진단
· 비판적 역사교육과 학교 시민·정치교육의 제도화, 교원 지원·보호 방안 제안
· 국회와 정부,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교육 원칙과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흥사단은 8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왜곡된 역사인식 극복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준혁 국회의원과 국회시민정치포럼, 흥사단, 한국YMCA전국연맹이 공동주최하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선택적으로 해석하는 현상이 혐오와 배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진단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교육적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영사에서 김준혁 국회의원은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균형 잡힌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사말에서 김전승 흥사단 이사장은 AI 시대의 민주시민교육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희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청소년을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오늘의 시민’으로 바라보고, 국회·정부·교육계·지역사회가 함께 민주시민교육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는 윤경로 전 한성대학교 총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두 차례의 발제와 지정토론,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에서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교수는 ‘반민특위에서 리박스쿨까지: 한국 역사수정주의의 계보와 현재’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사료와 방법을 통해 기존 해석을 검토하는 학문적 재해석과 식민지배·독재를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역사 왜곡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역사수정주의가 식민사관에서 출발해 해방 이후 국가화, 1990년대 이후 학술화, 뉴라이트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운동화의 과정을 거쳐 확산해 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파편화된 역사 정보가 확산되고,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돌봄·방과후 교육을 통로로 특정한 역사인식이 학교 현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간단체의 학교 교육 참여와 프로그램·강사에 대한 검증, 공공기관의 대관·후원 기준과 상시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사교육도 사건과 결론을 암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료가 생산된 배경과 목적, 인용의 적절성, 통계의 의미를 학생이 직접 검토하도록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이미 완성된 결과로 전달하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기억의 형성 과정을 탐구하게 함으로써 학생의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적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발제에서 김원태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특임교수는 ‘혐오와 배제를 넘어: 학교 시민·정치교육의 방향’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을 학생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설명했다. 학교 시민·정치교육은 민주주의와 헌법, 정치제도에 관한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를 조사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토론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의 제도와 규칙을 이해하는 ‘제도학습’, 복합적인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현상기반학습’, 가치의 의미와 갈등을 성찰하는 ‘가치학습’,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실천하는 ‘문제해결학습’을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지속되기 위해서는 과목과 교육과정, 교과서, 수업 시수, 평가 등 실질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과 사회 관련 교과의 정체성을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학생의 생활과 연결된 쟁점·시사·사례 중심의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에서 최상덕 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정책위원은 AI·디지털 환경에서 학생이 사료와 통계, 온라인 정보를 교차 검증하고 정보가 생산된 맥락과 정치적 의도를 분석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교육을 AI·미디어 리터러시, 민주시민교육과 연계하고 교실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어 학생의 갈등 조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교육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학교와 시민사회, 지역사회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전문성과 시민단체의 현장 경험을 결합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실제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하는 참여형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수업 내용에 대한 민원을 우려해 논쟁적인 주제를 피하거나 스스로 수업 범위를 제한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국가교육과정과 교과서에 근거해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등을 가르쳐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교사 개인에게만 적극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시민교육 관련 수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교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악성·반복 민원에 학교와 교육청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짧은 영상, 유튜브를 통해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실과 의견, 객관적 정보와 편향된 주장을 구분하는 미디어·AI 리터러시를 민주시민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현정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과장은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안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정비하고, 학교와 연계한 지역사회의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상수 교육부 동북아역사대응팀 연구관은 청소년들이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역량을 길러야 하며,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의 교육 활동과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종합토론을 통해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노력과 함께 학생이 자료의 출처와 생산 의도를 검토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근거에 따라 토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한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국회와 정부,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교육 원칙과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사단과 한국YMCA전국연맹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사회·교육계와 협력해 청소년과 시민이 왜곡된 정보와 혐오에 휩쓸리지 않고, 대화와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 공론장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